영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좋았던 점은 누가 뭐래도 깨끗한 공기었다. 황사다 미세먼지다 맨날 오염된 쾌쾌한 공기를 서울에서 마시다가 영국에 오니 여길 봐도 녹색, 저길 봐도 녹색.. 초록이 가득한 세상이었다. 초록이 가득 한 만큼 단점도 존재한다. 바로, 심. 심. 함. 저녁 6시면 문을 닫는 상점들, 저녁이 되면 가로등만이 길을 밝히고 많은 사람들이 저녁이 있는 삶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한다. 한국에서는 저녁 6시면 이제 퇴근하고 저녁약속이 있는 사람들로 엄청 붐빌시간인데, 나는 어둠이 천천히 공간을 적시는 이곳에서 갈 곳 잃은 어린이 마냥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 몰라 몸을 베베꼬며 시간을 보내던 내 자신을 기억한다. 바람이 선선하게 부는 들판은 언제나 내가 영국에 처음 왔을 때를 떠오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