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교사 17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기

12학년 13학년 학생들을 맡은 지 올해로 3년째이다. 9월에 새 학기가 시작하고 2달이 지났을 뿐인데, 유독, 정말, 너무나 힘이 들었다. 과연 이 일을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을까? 내가 과연 이 일에 걸맞은 사람일까? 하는 회의감과 심한 무력감에 쉽지 않았다. 목욕하며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는데, 한 영상에서 말했다. '여러분, 제발 행복해지세요. 행복하겠다고 결심하세요.' 이 말이 나에게 꾸욱 와닿았다. 영국에 정착한 첫 해만 해도, 일자리도 구하기 어려웠고, 영국 영어도 너무 낯설어서 많이 힘들었다. 항상 일자리를 구하면 일 년을 못 가서 관두던 내가 지금은 한 곳에서 5년 동안 일하고 있다. 덕분에 울고 웃으며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 그래서 생각하기로 했다. 불평하기보다는.. 내 상황 속..

5. 자~ 새학기 시작하기 전 공부하세요^^ (7월과 8월)

9월부터 본격적으로 교사 트레이닝 시작인데, 과제는 7월부터 시작한다. 7월부터 8월까지 2개월이라는 시간이 나에게 주어졌지만, 방학이 시작되는 7월 셋째 주까지는 도저히 할 엄두가 나질 않는다. 결국 한 달 안에 승부 봐야 하는 숙제이다. 과제는 온라인으로 듣고 레포트 제줄 하는 거다. 나에겐 2개의 옵션(꼭 안 들어도 됨)과 1개의 중심수업(꼭 듣고 레포트 제출해야 함)이 할당되었다. 옵션 2개는 각각 비디오 23개, 8개씩만 보면 된다.^^ KS3 English는 비디오 하나당 한 시간씩 넘어가기도 함 ㅋㅋㅋㅋ 비디오 볼 때 언제 보기 시작했는지, 얼마나 봤는지 초 단위까지 증거로 찍힌다. 배속 빠르기 따윈 없음. 정직하게 보고 공부해야 함. 메인 공부인 GCSE English는 9개 강의, 4개의..

4. 아동보호정책(온라인 강의 + 시험)

오리엔테이션이 끝나고, 그다음 날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4가지 온라인 강의를 듣고서 시험 보는 것이었다. 내가 들은 온라인 강의들은 : 1. 사이버 보안 인식(Cyber Security Awareness): 사이버로부터 정보 지키기 2. 교육 속 GDPR(GDPR in Education): 유럽 연합(EU)의 모든 시민과 거주자를 위한 데이터 보호와 프라이버시에 중점을 둔 유럽 연합 법. 영국은 유럽 연합에서 탈퇴했지만 유럽 연합과 긴밀하게 묶여있어 데이터 보호에 대한 교육을 들었음 3. 방지의무(Prevent Duty): 테러리즘 예방을 위해초, 중고등학교, 대학교, 커뮤니티 그룹 등 다양한 기관들이 주의 깊게 예방하는 역할을 갖도록 한다. 이러한 책임기관들에 일 하는 사람들이 듣는 교육 4. 아동보..

2. 인터뷰 및 기초 영어, 수학 시험 치기

인터뷰 날짜가 나왔다. 2023년 6월 27일 화요일. 하필 그날은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스포츠데이가 있는 날이라 전교생과 교직원이 큰 운동장을 빌려서 다른 도시로 원정까지 가기로 정해진 날 ㅠㅠ. 전체 학교가 움직이는 이 날에 결근은 할 수 없어서 날짜를 미루어 달라고 이메일을 보냈다. 이틀 뒤인 29일에 면접과 시험이 잡혔다. 29일 날 학교의 양해를 받아 집에서 면접과 시험을 쳤다. 나이 드신 두 분의 선생님들(멘토)께서 왜 교사가 되고 싶은지, 힘들었던 경험과 이를 극복한 경험, 교과 지식, 아동보호정책(Safeguarding)에 대해 이것저것 골고루 물어보셨다. 면접은 한 30분 정도 되었던 것 같은데, 이것도 두 달 전이라고 벌써 가물가물해진다;; 면접 후 온라인 화상 화면을 켜놓고 이메일 ..

나에겐 출근 둘째날, 신입생들에게는 등교 첫날

어제 강당에서 교사 연수를 무사히 마치고~ 집에 갈 때까지는 그리 피곤하지 않았다. 집에 와서도 이 정도면 할만하지? 하면서 저녁 먹고~ 좀 쉬다가 집 앞에 담 페인트 칠도 좀 하고- 밖이 선선해서 더 좋았다. 샤워하고 잠들고 눈 뜨니 일 나갈 시간. 벌써 화요일? 남편하고 6시 45분에 집을 나서자- 라고 전 날 밤에 약속했지만 일어나니 6시 30이어서 최대한 빨리하고 나갔다. 차 많이 막힐까 봐 걱정 많이 했는데, 아직 모든 학교에서 개학하지 않아서인지 길 막힘이 없었다. 이런 거 보면 영국은 학기 중 이랑 방학 때 운전하면 정말 차 막히고 안 막히고 차이가 확 나는 것 같다. 사실 나 같아도 방학되면 어디 밖에 안 나가고 딩굴딩굴하기 바쁘니;;; 나에겐 출근 둘째날, 중학교에 들어가는 우리 Y 7 ..

2023-2024 아카데믹 (특수)교사 출근 첫날

출근 첫날이 다가오고야 말았다. 5주 동안의 여름방학은 꿈꾸듯 눈 깜빡 한 번 하고 나니 지나간 느낌이다. 5주 동안 영국에서 자리를 비웠더니 매일 보던 풍경과 모든 것이 새롭게 다시 다가온다. 오늘은 학교에서 지정한 Staff Development Day (교직원 발전의 날)이라고 불리는 Inset 날로 학생들은 학교에 오지 않고, 학교에서 지정한 교직원 트레이닝 프로그램이나 혹은 밀린 일을 처리하는 날이라고 보면 된다. 밀린 일을 처리하라고 하루동안 시간을 주면 고맙겠지만, 오늘은 하루종일 트레이닝이 잡혀있어서 교직원이 강당에 (교무행정 직원들은 밀린 일 처리, 급식실 직원 분들도 급식실 일 관련 처리) 모두 모여 트레이닝을 받았다. 오늘의 주제는 몇 년 전부터 굉장히 강조하고 있는 감정코치(Emot..

영국의 학년 말 풍경

한국의 학년 말은 어떤 모습일까? 영국에서 근무하는 나로서는 한국에서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의 학년 말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영국은 이제 2022년 -2023년 아카데믹 학년을 마무리하는 단계이다. 사립학교들은 진작에 방학을 시작했고, 공립학교에서 근무하는 나는 이번주 금요일을 마지막으로 여름 방학을 맞이한다. 우리 학교 같은 경우: 1. 학년 말이 다가오면, Celebration Assembly를 위해 상장받을 학생 추천 및 이유 작성 2. 1년 동안 학생들이 수업 중 찍은 다양한 활동 사진들 파워포인트에 저장 3. 학생들이 1년동안 무엇을 배웠고, 얼마나 성장했는지에 대한 학년말 리포트 작성 및 배부 4. 내년에 오는 신입 학생들을 위한 전환의 날 (Transition Day)을 2회 정도 가짐 5. 수..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길

마지막으로 내가 쓴 글이 언제였을까? 꽤 오래 전인 것 같다. 남편이 엊그제 물어봤다. '아직 블로그 계속하고 있어? 글 쓴 지 오래되지 않았어?' 마지막 글을 쓴 지 오래되었는데, 이제야 조금 제자리로 가기 위한 방향이 잡혀가는거 같아서 글을 쓸 여유가 생겼다. 2022 -2023 학년도 9월에 첫 학기를 시작하면서 나와 3명의 교사보조(TA)가 한 팀으로 시작했다. 2명의 파트타임 교사보조와 1명의 풀타임 교사보조. 좋은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 우리 반을 보면서 이번 한 해는 정말 신나고 재미있는 한 해가 될 거야!라고 생각했다. 파트타임 교사보조 N이 갑자기 몸이 안좋아져 9월 첫날부터 학교를 못 나오더니 두 달이 넘는 지금까지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풀타임 D도 이런저런 이유로 출근했다 며칠씩 일을..

새학년 시작 한 주 전 교사가 하는 일: 안부 전화 하기

벌써 방학 마지막 주가 끝나간다. 정말 6주간의 긴 여름방학이라고 생각했는데, 눈 한 번 깜빡이고 나니 다시 학교 돌아갈 채비를 해야 할 시간이다. 작년에는 여름 방학 시작하기 직전 교실 이동을 해서 방학 동안 두세 번 교실에 들리는 것 포함 교실 환경 조성을 위해 프린트며 코팅에 오려 붙이기 등등 시간을 꽤 쏟았다. 올해는 여름 방학 직전에 코로나에 걸리고 해가 쨍쨍 나는 날들이 이어져서 학교에 가보지 못한 채 신학기를 맞이 하게 되었다. 그래도 빠질 수 없는 건 새 학년 시작하는 자녀를 둔 우리 반 학부모님들과 학생들에게 전화 한 통 하는 일이다. 영국은 교사의 개인 전화번호를 학부모에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학교 전화를 이용하지 않을 때는 항상 번호 숨김을 하고 전화를 해야 한다. 전화하기 전 기본..

내년을 준비하는 교사의 기본템 - 교사 다이어리(스케줄러)

6월이 되면 학교에서 내년 1년을 위한 스케줄러 필요성과 함께 어떤 다이어리를 원하는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다. 사이즈별, 주간별/일간 별/ 일간-시간별로 다이어리가 나누어지는데, 나는 A4 사이즈, 일간-시간별로 되어있는 다이어리를 골랐다. 방학을 한주 남긴 오늘 쨍한 노란색의 다이어리를 받았다. 생각보다 크고 묵직해서 사실 깜짝 놀랐다. 근데 시간별로 스케줄 짜기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더 꼼꼼하게 필요한 사항들을 적을 수 있을거 같아서 이 묵직한 다이어리가 맘에 들었다. 다이어리 속 구경 다이어리 속 구경을 해보면 각 학기마다 월~금까지 시간표를 적는 부분이 있다. 나는 1년동안 같은 시간표를 이용하기보다는 그때그때 학기마다 유동적으로 학생들의 시간표를 학생들에게 맞추어서 바꾸는 편인데, 그런 점에서 ..